인하보다는 신중론 선택
한국은행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하였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인하한 뒤 세 번째 동결입니다. 7명의 위원 중 5명은 동결, 2명은 인하(소수의견)를 선택하면서 시장은 의외의 결정이라는 입장입니다. 동결 소식이 들리자 코스피와 코스닥은 하락 전환했고, 국고채 금리는 급등하였습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며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은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 낮췄는데 경제 충격이 이미 메르스 때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동결 결정이 나온 것입니다.
이날 금통위의 결정은 이주열 한은 총재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자 지난 14일 직접 나서 "기준금리 인하는 부작용도 있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후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국내 증권사가 잇따라 금리동결 전망을 인하로 변경한 데 이어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연중 최저치로 내려갔지만, 한은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실물경기 지표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안정을 우선한 것으로 풀이되며 정부는 지난해 대출 금지안을 포함한 12·16정책으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저금리를 서울 집값 상승 주요인으로 지목하였습니다. 이달 금리 인하는 이 총재의 발언처럼 금리 인하의 부작용에 무게를 더 실은 결정으로 보인다. 이외에 금리 인하로 얻을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동결의 배경으로 분석됩니다. 한국은행은 이날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은은 기존 전망치인 2.3%에서 2.1~2.2%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결정 회의는 4월 9일 개최되며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됨에 따라 4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금리인하 대신에 자금 지원 선택
한국은행은 “코로나19가 다음 달 중 정점에 이르고 이후 점차 진정될 것이라는 전제로 이뤄졌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 상황에 따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은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도 금리를 낮추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일자 “코로나19 상황을 좀 더 엄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금리조정보다는 피해를 받고 있는 취약부문의 선별적 지원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최근 국내 수요와 생산 활동의 위축은 경제적 요인보다 감염 위험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취약부문을 선별 지원하는 미시적 정책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높고, 정부의 부동산대책 이후에도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 안정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한은은 “미시적 대책으로 저리의 정책자금인 금융중개지원대출의 총한도를 30조 원으로 5조 원 증액해 애로기업 지원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로 충격을 받는 기업에 대해 ‘핀셋 지원’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푸는 대책은 간과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향후 추가지표 악화 시의 대응 방안과 제로금리 상정에 대해 이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0%까지 인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따라서 우리 금리정책의 여력이 축소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면서 “선진국 중앙은행이 했던 양적 완화와 같은 수단의 도입도 아직은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고 대답했습니다.
2020년 기준금리 전망은?
한국은행으로서는 이미 작년에 역대 최저 1.25%인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하하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00% 시대가 열린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주열 총재는 과거 여러 차례“한국은 기축통화국(미국·유로존 등)보다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며 0%대 금리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한은은 기준금리의 실효 하한이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선 0.75%~1.00%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은 입장에선 남은 카드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날도 제로금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지금 기준금리가 1.25%인데 0%까지 인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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