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돈이 보이는 뉴스/경제 관련

▶ <일본 불매 운동> 일본의 수출규제 1년 후 그 결과는?

by GRIT HOON BLOG 2020. 7. 8.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4일부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품인 품목에 대해서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8월 2일 일본은 수출심사 우대 국가 즉 백색국가(White List)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수출무역 관리령을 개정을 확정하였습니다.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건 한국이 처음으로 한국은 그동안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백색국가 목록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 일지


이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삼성, SK, LG 등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응해 대책 마련이 필요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 이외의 기업들을 찾아서 공급체계를 강화하고 추가로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기술을 발전시켜 필수 소재와 품목 공급이 가능하도록 투자와 지원을 지속해 나갔습니다. 일본 수출규제가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위기의 극복한 삼성전자


일본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재료를 기습적인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1년 후 사태 초반의 우려와 달리 이 계기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 방침이 알려지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내부 검토 결과 최악의 경우 3개월 안에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묶은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불화 폴리이미드는 그만큼 대일 의존도가 높은 소재였습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보고를 받자마자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공급망

삼성전자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 차질 없이 라인 가동을 유지하느냐가 당시 최대 현안이었습니다. 1년 만에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이만큼 국산화 성과까지 거둔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지난 1년 동안의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국산화와 공급 글로벌 체인 다변화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일본은 삼성전자 이외에도  잠자고 있던 한국을 깨웠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본 공급망 체질 개선으로 국산화와 다변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업계에서도 국산화 성과가 속속 나오면서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 규제가 기회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지난 1년의 성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일부 대기업의 성공 신화에 젖었던 업계와 정부, 학계가 일본 수출규제 계기로 기술 자립과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결실입니다.

반도체 핵심소재 규제 품목 현황



특히, 지난 반세기 가까이 일본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던 소재, 부품, 장비 업계의 중소형 기업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며 그 결과 지난 17일 공개된 SK머티리얼즈의 고순도 불화수소 가스(반도체 기판인 실리콘웨이퍼에 그려진 회로도에 따라 기판을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 국산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순도 99.999%를 뜻하는 '파이브나인' 이상의 불화수소 가스는 그동안 해외에 전량 수입했는데 SK머티리얼즈는 연 생산량 15톤 규모로 2023년까지 국산화율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반도체 기판의 불순물을 씻어내는 데 쓰이는 액체 불화수소도 지난해 수출규제 조치 직후 솔브레인과 램테크놀로리지가 대량 생산에 성공하였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일본산 액체 불화수소를 국산 제품으로 100% 대체한 상태입니다.

고순도 불화수소 수입 현황 비교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데 쓰는 포토레지스트(PR·감광액)는 벨기에, 독일 등으로 수입선이 다변화되었습니다.국내에서는 동진쎄미켐이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 생산라인을 올초 증설하기로 하였습니다. SK머티리얼즈도 내년까지 공장을 완공, 2022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5 나노(㎚·1 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공정에 쓰이는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는 아직 국산화 전이지만 미국 듀폰이 충남 천안에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습니다. 또 다른 규제 품목으로 폴더블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불화 폴리이미드도 국산화 성과가 나왔습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경북 구미에 생산 설비를 갖추고 지난해부터 양산에 들어갔으며 SKC도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일본 수출규제 품목 국산화 및 공급 다변화 현황



결국 일본만 피해를 봤다


일본 현지에서는 수출규제의 타격이 오히려 자국 업체를 향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전세계 불화수소 1위 업체인 일본 스텔라케미파의 경우 2019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12%, 32% 줄었다. 이 업체는 지난해 결산보고서에 "수출규제 영향으로 한국업체에 공급하던 물량이 크게 줄었다"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일본 업체 수출규제 전후


도쿄신문은 지난 23일 서울 특파원 칼럼에서 "수출규제가 일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기업들이 비싼 가격에도 수율 저하를 우려해 고품질의 일본 소재를 써왔는데 수출규제가 이를 흔들었다"며 "한국 기업이 다시 일본산 소재로 돌아가기 쉽지 않게 됐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우 재료나 소재에 맞춰 공정을 조정하고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는데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다시 일본제로 돌아가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재부품산업 일본 의존도 추이


이런 성과는 대일 수입현황에서도 숫자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일본에서 수입한 불화수소 규모가 403만3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43만 6000달러보다 85.8% 줄었으며 지난해 7월 일본 수출규제 직후 올 5월까지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 비중도 9.5%로 전년 같은 기간(2018년 7월~2019년 5월) 42.4%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 기간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수입 비중도 92.8%에서 86.7%로 줄었습니다.

 

 

불매운동 여파로 큰 타격을 입은 일본 기업들


일본 수출 규제 전후로 한국에 진출한 일본 소비재 기업 31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지난해 한국에서 올린 매출액은 전년 대비 평균 6.9%, 영업이익은 71.3% 급감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동차·부품(-16.8%), 생활용품(-14.5%), 기타(-11.4%) 업종의 매출이 1년 전보다 10% 이상 줄었습니다. 

일본차 브랜드 판매량

특히 생활용품인 ‘유니클로’의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1.3%(4439억 원) 급감해 240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화장품 업종 매출은 7.3%, 유통업종은 3.4% 편의점 한국미니스톱의 매출은 3.1% 줄었습니다.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미니스톱이 96.06%, 전범 기업으로 알려진 미쓰비시가 3.94%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유니클로 카드 매출액



반면에 반등한 업종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에 진출한 일본 IT·전기·전자업종의 매출은 게임 수요 증가로 10.8% 늘었습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1%, 10% 증가하였는데 한국 닌텐도(36.6%), 한국 히타치(27%), 소니코리아(19.5%) 등의 매출 증가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다른 타격을 준 일본여행업계


한일갈등이 촉발한 'NO재팬' 1년 동안 반일감정이 가장 크게 표출된 분야 중 하나가 여행입니다. '여행불매'는 유니클로, 아사히 맥주의 굴욕으로 대표되는 소비불매와 함께 국민들이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분노를 보여줄 수 있는 직접적인 선택지였습니다. 일본 여행시장의 '큰 손'이던 한국인들의 여행 보이콧에 '관광굴기'를 노리던 일본 여행시장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는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 등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시작하기 전인 2018년 국내 출국자 2,869명 중 무려 753만 명이 일본을 찾았습니다. 출국자 4명 중 1명은 일본행 비행기를 탄 셈. 같은 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총 3120만 명에 달하는데 전체 방일 여행시장의 24%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일본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대국이 되는 데 한국의 지분이 절대적이었습니다.

방일 한국인 증감률


하지만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하였습니다. 자발적인 일본여행 불매가 이어지며 인천이나 김포, 김해에서 출발하는 일본행 비행기가 텅 비기 시작했습니다. 매달 50~60만 명에 달하던 일본행 한국인 여행객이 8월부터 -48%로 반토막나더니 9월 -58%, 10월 -65.5%로 급감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558만 명으로 전년 대비 26% 줄었는데, 이 중 하반기(7~12월)에 간 인원은 고작 157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일본 한일 여행객 현황



수개월 만에 한국인 여행객이 반토막나자 일본 관광업계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관광객 소비가 주 수입원인 지방 소도시들이 피해가 컸는데 도쿄나 등 주요 관광지만 찾는 중국과 달리 한국인 개별여행객(FIT)들은 소도시를 여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뚝 끊기며 결국 일본 지역경제에 직격타를 맞았습니다. 

댓글